다시 역으로 향하는 길, 익숙해진 동선
둘째 날 아침,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짐을 맡겨둔 뒤 나루토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도쿠시마역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게 됐다. 전날 이미 여러 번 오갔던 길이었기 때문에, 처음 느꼈던 낯섦보다는 익숙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동선이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참 묘한 게, 같은 길을 두 번째 걸을 때부터는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방향을 확인하면서 이동하는 데 집중했다면, 두 번째부터는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시 지나게 된 곳이 바로 ‘폿포가이 상점가’였다.

‘폿포가이’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
이 상점가의 이름인 ‘폿포가이(ポッポ街)’는 일본어로 기차가 움직일 때 나는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폿포”라는 발음 자체가 증기기관차의 소리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에, 이곳이 역과 가까운 상점가라는 점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름만 보면 어딘가 밝고 활기찬 분위기가 떠오른다. 사람들이 오가고, 가게들이 줄지어 열려 있고,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공간.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풍경은 그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문이 닫힌 상점들 사이를 걷는 느낌
상점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문이 닫힌 가게들이었다.
셔터가 내려져 있는 가게들이 일정 간격으로 이어져 있었고, 간판은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 듯한 공간들이 곳곳에 보였다. 한때는 분명 사람들이 오가던 자리였을 텐데, 지금은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공간.
이런 풍경은 일본의 지방 도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도시의 중심이었던 상점가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기능을 잃고, 일부 가게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는 구조. 이곳 역시 그런 흐름 속에 있는 장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생활의 흔적’
그렇다고 해서 이 상점가가 완전히 죽은 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을 닫은 가게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는 곳들이 눈에 띄었다. 꽃집, 이발소, 작은 잡화점, 술집, 가라오케, 라멘집 같은 가게들이 간헐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가게들은 규모도 크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이 지역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그래서인지 이 상점가는 ‘사라져가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줄어든 채로 유지되고 있는 공간’에 가깝게 느껴졌다.

아침 시간대의 조용한 공기
이날은 아침 시간대였기 때문에 상점가 전체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다.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가 아니어서 그런지, 걷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느린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걸음도 느려진다. 빠르게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하나 살펴보게 되는 공간. 가게 하나, 간판 하나, 오래된 외벽 하나까지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쓸쓸함’과 ‘기록’ 사이의 감정
이곳을 걸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히 “아쉽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문을 닫은 가게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의 쓸쓸함은 느껴지지만, 동시에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기록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이곳이 한때 어떤 모습이었을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갔을지, 어떤 이야기들이 쌓였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공간. 그래서인지 이 상점가는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담고 있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이유
이런 공간에서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게 된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평범한 풍경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닫힌 셔터와 열려 있는 가게가 섞여 있는 모습, 오래된 간판, 비어 있는 공간 사이로 이어지는 길. 이런 요소들이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특정한 대상을 찍기보다는, 공간 전체의 느낌을 담으려고 하게 된다.


여행의 시작점으로서의 상점가
결과적으로 보면, 이 폿포가이 상점가는 단순히 지나가는 길목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장소였다. 둘째 날의 시작 지점이었고, 다시 이동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더 도시의 분위기를 확인하게 되는 공간이었다.
화려하지 않고, 관광지처럼 정리된 모습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도쿠시마라는 도시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 풍경을 지나면서, 다시 이동을 시작하는 하루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 폿포가이 상점가 (ポッポ街商店街)
- 📍 주소 : 〒770-0831 Tokushima, Terashimahonchonishi, 1 Chome, 駅前ポッポ街
- 📞 전화번호 : +81886229515
- 🌐 홈페이지 : https://tokushima.mypl.net/mp/poppo-shop_tokushima/?sid=34577
- 🕒 영업시간 : 매장별 상이 (다수 점포 휴업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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