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는 정말 다양한 절과 신사를 찾을 수 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역사 유적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래된 건축물과 전통 문화가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곳이 바로 교토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절을 하나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바로 “기요미즈데라(清水寺)”가 아닐까 싶다.
한자로는 “清水寺”라고 쓰는데, 우리나라 한자 독음으로는 “청수사”라고 읽을 수 있는 절이다. 교토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고, 일본 전체를 대표하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장소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 여행 이전에도 2018년에 교토를 방문했을 때 청수사 근처까지는 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버린 탓에 이미 입장이 끝난 상황이었다. 결국 청수사 입구까지만 둘러본 채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시간을 맞춰 방문했기에 드디어 내부까지 천천히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물이 맑은 절”이라는 뜻의 기요미즈데라(청수사)
기요미즈데라(清水寺)는 이름 그대로 “맑은 물의 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절이다. 실제로 절 아래쪽에는 지금도 오토와 폭포(音羽の滝)라는 작은 폭포가 흐르고 있는데, 바로 이 폭포의 맑은 물에서 절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청수사 주변 일대는 교토에서도 가장 분위기가 좋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니넨자카, 산넨자카, 차완자카, 야사카노토(호칸지) 같은 교토 특유의 전통 거리들이 청수사를 중심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청수사 여행은 단순히 절 하나만 둘러보는 것으로 끝나는 느낌이 아니다. 절로 향하는 골목길부터 주변 상점가, 언덕길 풍경까지 모두 하나의 세트처럼 이어져 있어서 교토 특유의 분위기를 가장 진하게 체감할 수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헤이안 시대에 창건된 오래된 절
기요미즈데라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절이기도 하다.
절의 시작은 77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헤이안쿄, 즉 지금의 교토가 일본 수도가 되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사찰인 셈이다. 이후 헤이안 시대 초기, 최초의 정이대장군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坂上田村麻呂)”가 이 절을 크게 후원하면서 오늘날의 기요미즈데라로 발전했다고 전해진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다무라마로가 사슴 사냥을 하다가 엔친(延鎮)이라는 승려를 만나게 되었고, 이후 살생을 뉘우치면서 관음신앙에 귀의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저택을 절로 바치면서 기요미즈데라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기요미즈데라는 일본에서 관음신앙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수차례 화재와 복원을 반복한 기요미즈데라
다만 지금의 청수사가 처음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교토 자체가 일본 역사 속에서 전쟁과 화재를 수없이 겪었던 도시였던 만큼, 기요미즈데라 역시 여러 차례 화재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주요 건물들 상당수는 에도 시대 초기인 1633년에 도쿠가와 막부 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의 지원으로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거대한 목조건축들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요미즈데라는 못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일본 전통 건축 방식으로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본당을 가까이서 보면 그 거대한 목재 구조물이 상당히 압도적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 덕분에 1994년에는 “고도 교토의 문화재”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다.


기요미즈데라의 상징, “부타이(무대)”
청수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는 역시 본당 앞에 자리한 거대한 “부타이(舞台)”이다.
절벽 위로 길게 튀어나온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목조 전망대 형태의 공간인데, 높이는 약 13m 정도라고 한다.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면 “저걸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규모감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 곳에 올라서면 교토 시내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교토는 상대적으로 높은 건물이 적은 도시이기도 하다 보니, 청수사 무대 위에서 바라보는 교토 풍경이 굉장히 시원하게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비가 내리기 직전 흐릿하게 퍼지는 교토 시내 풍경은 오히려 맑은 날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에도 시대에는 “청수사의 무대에서 뛰어내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뛰어내렸다고 전해지는데, 아래쪽에 나무가 많아서 생각보다 생존율이 높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다.
일본에서도 지금도 무언가 큰 결심을 할 때 “기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바로 여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오토와 폭포와 수학여행 학생들
본당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오토와 폭포(音羽の滝)”를 볼 수 있다.
세 갈래로 물이 흘러내리는 구조인데, 각각 건강, 학업, 연애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세 가지를 모두 마시면 욕심이 많다고 여겨져 효험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보통 하나나 두 개 정도만 마신다고 한다.
이번 방문 당시에도 폭포 앞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특히 일본 학생 단체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는데, 9월 말이라는 시기 때문인지 교복을 입은 수학여행 학생들이 교토 곳곳에 정말 많았다. 청수사 역시 대표적인 수학여행 코스 가운데 하나였던 것인지 학생들이 줄을 서서 폭포물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필자는 폭포물을 직접 마시지는 못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풍경만 바라보다가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비 내리는 청수사의 풍경
청수사를 둘러보던 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빗줄기가 굵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교토의 오래된 절과 비 내리는 풍경은 상당히 잘 어울렸다.
본당 처마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면서 교토 시내를 바라보고 있으니, 오히려 맑은 날보다 더 운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젖은 목재 바닥과 흐릿하게 퍼지는 산 안개, 우산을 쓰고 이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비 소리까지 전부 어우러지면서 교토 특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다행히 비는 오래 가지 않았고, 오히려 잠깐의 비 덕분에 청수사의 또 다른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절”
기요미즈데라는 특히 계절에 따라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으로 각각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래서 교토를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청수사는 계절별로 최소 네 번은 가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번에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정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벚꽃 시즌이나 단풍 시즌에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에는 정말 많은 절과 신사가 있지만, 왜 사람들이 기요미즈데라를 “교토를 대표하는 절”이라고 부르는지는 직접 와보니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일본 교토 — 기요미즈데라(청수사, 清水寺)
- 📍 주소 : 294 Kiyomizu 1-chōme, Higashiyama-ku, Kyōto-shi, Kyōto-fu 605-0862, Japan
- 📞 전화번호 : +81 75-551-1234
- 🌐 홈페이지 : https://www.kiyomizudera.or.jp/
- 🕒 운영시간 : 6:00 – 18:00
- ※ 야간 특별개방 기간에는 운영시간이 달라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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