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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일본 오사카 & 교토 & 나라 & 고베 여행 — 프롤로그

2023년 9월, 오랜만에 다시 일본 간사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코로나19 이후로 한동안 해외여행 자체가 쉽지 않았던 시기를 지나, 다시 자유롭게 일본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의미가 컸다. 예전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졌던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코로나19 이후에는 어쩐지 특별한 이벤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조금 특이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단순히 혼자서 떠난 여행이 아니라,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처음 3박 4일은 가족들과 함께 움직이는 가족 여행의 형태였고, 이후 남은 3박 4일은 혼자서 이어가는 개인 여행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덕분에 하나의 여행 안에서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분위기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던 여행이기도 했다.


가족 여행으로 시작했던 간사이 여행

이번 여행의 전반부는 가족들과 함께 시작했다. 오사카와 교토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일정이었는데, 아무래도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여행이다보니 혼자 여행할 때와는 분위기가 꽤 달랐다.

혼자 여행할 때는 하루 종일 걸어다니면서 마음대로 동선을 바꾸고, 즉흥적으로 장소를 추가하기도 하지만, 가족 여행에서는 아무래도 전체적인 동선을 보다 안정적으로 짜게 되는 편이다. 대신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경치를 바라보며 여행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특히 교토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일본 전통 사찰과 거리들을 걸어다니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혼자 여행할 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빠르게 장소를 찍고 이동하기보다는, 같이 사진도 찍고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여행을 이어가는 분위기였다.

오사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도톤보리와 난바 일대를 함께 돌아다니면서 일본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었고, 맛집이나 쇼핑거리들도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특히 일본 여행이 익숙하지 않은 가족들과 함께 움직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여행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도 이번 여행의 특징 중 하나였다.


다시 혼자가 되었던 후반부 3박 4일

가족 여행 일정이 끝난 뒤부터는 다시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부터가 진짜 “내 스타일의 일본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후반부 일정에서는 나라와 고베를 중심으로 혼자서 이동하며 여행을 이어갔다. 혼자 여행을 하기 시작하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가족과 함께 움직일 때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여유있는 흐름이었다면, 혼자 여행할 때는 다시 원래 스타일대로 하루 종일 걸어다니면서 최대한 많은 장소를 둘러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특히 나라에서는 정말 하루 종일 걸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나라공원 전체를 중심으로 도다이지, 고후쿠지, 니가츠도, 산가츠도, 우키미도, 나라마치까지 계속 이동하며 돌아다녔는데, 하루가 끝날 즈음에는 체력이 거의 바닥날 정도였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 그런 피로감조차도 묘하게 즐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의 일정에 맞출 필요도 없고,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오면 오래 머물 수도 있고, 별로라고 느껴지는 장소는 빠르게 지나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만났던 가장 인상적인 풍경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았던 장소 중 하나는 단연 나라였다.

사실 나라라는 도시는 예전부터 “사슴이 있는 도시” 정도의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방문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역사 유적지 같은 느낌이었고, 그 안에서 사슴들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나라공원에서 센베를 들고 있자마자 사슴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던 경험은 아직도 굉장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사슴들에게 둘러싸여 거의 슈퍼스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또한 도다이지에서 마주했던 거대한 청동 대불 역시 상당한 충격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실제 규모가 훨씬 압도적이었고, 수백 년 동안 유지되어온 목조 건축물과 거대한 불상을 직접 보고 있으니 왜 이 장소가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중 하나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예상보다 더 좋았던 도시, 고베

후반부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외였던 도시는 고베였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고베는 “항구 도시”, “고베규”, “야경” 정도의 이미지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가보니 도시 전체 분위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기타노이진칸 거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일본 안에 있으면서도 어딘가 유럽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고, 오래된 서양식 건물들과 언덕길, 그리고 고베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묘하게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메리켄 공원 역시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무리해서 들렀던 곳인데, 비록 고베 포트타워가 공사중이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항구 도시 특유의 바닷바람과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포트라이너와 베이셔틀까지 이용하면서 고베에서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는데, 굳이 가장 편한 리무진버스 대신 그런 루트를 선택했던 것 역시 이번 여행다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끝났지만, 기억은 남는다

이번 간사이 여행은 단순한 일본 여행 이상의 의미로 남게 된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했던 전반부 여행에서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여행의 즐거움을 다시 느껴볼 수 있었고, 후반부 혼자만의 여행에서는 다시 원래의 여행 스타일로 돌아와 마음껏 걸어다니며 여행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었다.

오사카의 활기찬 거리, 교토의 고즈넉한 분위기, 나라공원의 사슴들, 고베 항구의 바람까지. 서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가진 도시들이 하나의 여행 안에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 6박 7일의 기록들을 하나씩 천천히 정리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