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롯코 사가역에서 관광열차를 타고 가메오카역까지 이동한 뒤,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토롯코 아라시야마역에서 내렸다. 토롯코 열차를 타는 일정만 놓고 보면 사가역으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었지만, 아라시야마 대나무숲과 텐류지 방향으로 이동하기에는 토롯코 아라시야마역에서 내리는 편이 훨씬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토롯코 아라시야마역은 2018년에 교토를 여행했을 때도 한 번 지나쳤던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토롯코 열차를 제대로 타본 것은 아니었지만,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 주변을 지나가게 되었고, 그때 꽤 인상적인 장면 하나를 만났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바로 역 근처에 있는 작은 연못 앞에서 헹드럼(Heng Drum)을 연주하던 외국인 연주자였다. 당시에는 헹드럼이라는 악기 자체를 처음 보는 상황이었고, 금속 악기에서 울려나오는 맑고 신비한 소리가 아라시야마의 조용한 분위기와 묘하게 잘 어울려서 한동안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토롯코 아라시야마역 근처에서 만나는 작은 연못
토롯코 아라시야마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근처에서 작은 연못 하나를 찾을 수 있다. 이 연못이 바로 “오구라이케(小倉池)”이다. 사실 규모가 엄청나게 크거나, 일부러 멀리서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명소라고 하기는 어렵다. 아라시야마에는 대나무숲, 텐류지, 도게츠교처럼 워낙 유명한 장소들이 많기 때문에 이 연못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대나무숲으로 이동하는 길에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장소에 가깝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꼭 유명한 장소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별다른 기대 없이 지나쳤던 작은 장소가 우연한 장면 하나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필자에게는 이 오구라이케가 그런 장소였다. 2018년에 이곳에서 들었던 헹드럼 연주가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토롯코 아라시야마역으로 나오자마자 자연스럽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 방문에서는 아쉽게도 헹드럼을 연주하던 외국인 연주자를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우연히 마주쳤던 거리 연주자를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었기에, 평범한 연못 하나가 필자에게는 다시 한 번 시선을 머물게 만드는 장소가 되었다.
연꽃이 피어 있던 오구라 연못의 풍경
이번에 다시 찾은 오구라이케는 2018년의 기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물이 고여 있는 비교적 평범한 연못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연못 위로 연꽃이 가득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같은 장소인데도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연꽃이 연못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평범하게 지나칠 수도 있었던 공간이 한층 더 분위기 있게 다가왔다. 물 위에 잎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꽃이 올라와 있는 모습은 아라시야마 특유의 자연 풍경과도 잘 어울렸다. 화려한 관광지처럼 강하게 시선을 끄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토롯코 열차를 타고 온 뒤 잠시 호흡을 고르기에 좋은 조용한 풍경이었다.
특히 아라시야마는 유명 관광지인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대나무숲이나 텐류지 주변은 늘 관광객들로 붐비는 편인데, 이런 작은 연못 앞에서는 잠시 시선이 느려지는 느낌이 있었다. 여행 동선상 길게 머문 것은 아니었지만,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예전 기억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대단한 명소는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장소
오구라이케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갈 만한 대형 명소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토롯코 아라시야마역에서 내려 대나무숲 방향으로 이동한다면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라시야마 여행의 작은 쉼표 같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018년에는 이곳에서 헹드럼 연주를 들으며 잠시 발걸음을 멈췄고, 2023년에는 연꽃이 가득한 연못 풍경을 보며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같은 장소를 다시 방문했을 때 예전의 기억과 새로운 풍경이 겹쳐지는 순간이 있는데, 이번 오구라이케가 딱 그런 장소였다.
여행지에서의 기억은 유명한 유적이나 화려한 풍경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작은 연못 하나, 우연히 들었던 음악 소리, 계절이 바뀌며 달라진 풍경 같은 것들이 더 오래 남기도 한다. 오구라이케는 그런 의미에서 필자에게는 아라시야마의 숨은 기억처럼 남아 있는 장소였다.
📌 일본 교토 아라시야마 — 오구라이케(小倉池)
- 📍 주소 : 10 Sagaogurayama Tabuchiyamacho, Ukyō-ku, Kyōto-shi, Kyōto-fu 616-8394,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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