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공원 일대를 걷다보면 사찰과 신사, 사슴이 뛰어노는 공원뿐만 아니라 조용히 쉬어갈 수 있는 일본식 정원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요시키엔(吉城園)”이다. 바로 옆에는 나라의 대표적인 정원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이스이엔(依水園)”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스이엔이 유료 입장인 것과 달리 요시키엔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은 장소였다.
이번 나라 여행에서는 원래 이스이엔 정원도 함께 둘러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문 당시 아쉽게도 이스이엔이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고, 결국 바로 옆에서 찾을 수 있었던 요시키엔을 먼저 방문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유료 정원에 비해 규모나 유명세는 조금 덜할 수 있지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 정원의 차분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공원에서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일본식 정원
요시키엔은 나라공원 안쪽, 이스이엔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일본식 정원이다. 원래 이 일대는 고후쿠지와 관련된 사찰 부지에서 비롯된 장소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후 메이지 시대를 지나 민간 소유지가 되었다가 나라현 소유가 되면서 일반에 개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연못 정원, 이끼 정원, 차꽃 정원이라는 세 가지 성격의 정원을 한 공간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정원 규모는 약 8,900㎡ 정도라고 하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아주 거대한 정원이라기보다는 차분하게 산책하기 좋은 중간 규모의 정원처럼 느껴졌다. 특히 나라공원 안에 있으면서도 외부의 소란스러움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이 좋았다. 바로 밖에는 관광객들과 사슴, 버스와 차량이 오가는 나라공원이 이어져 있는데, 정원 안으로 들어오면 갑자기 소리가 한층 낮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시키엔이라는 이름은 근처를 흐르는 요시키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정원은 일본식 건물과 지형을 자연스럽게 살려 구성되어 있었고, 멀리 보이는 와카쿠사산과 가스가산의 풍경을 차경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정원 안을 걷다보면 단순히 내부 공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자연과 연결된 풍경을 함께 감상하게 되는 느낌이 있었다.


입장하자마자 만나는 연못 정원
요시키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개인적으로 입장하자마자 만날 수 있었던 연못 정원이었다. 입구를 지나면 작은 안내 부스에서 관람 방향을 알려주는데, 우측 길을 따라 들어가면 곧바로 연못을 중심으로 한 정원이 펼쳐진다.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아, 이곳이 요시키엔의 핵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원 전체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연못 주변으로는 일본식 건물과 나무, 돌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었다.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아늑한 분위기가 있었다. 물가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연못과 건물, 정원수 사이를 오가게 되었고, 잠시 머물러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구도가 만들어졌다. 일본 정원 특유의 계산된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특히 이 연못 정원은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정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만족도가 높았다. 나라 여행은 주요 사찰과 문화재마다 입장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간에 이렇게 부담 없이 들어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반가웠다. 만약 일정이 바쁘다면 요시키엔 전체를 다 둘러보지 않더라도, 이 연못 정원만이라도 잠시 보고 가는 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이끼 정원과 차꽃 정원으로 이어지는 산책
연못 정원을 지나 안쪽으로 이동하면 이끼 정원과 차꽃 정원으로 이어진다. 이끼 정원은 말 그대로 바닥을 덮고 있는 이끼의 질감과 색감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었다. 일본 정원에서 이끼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오래된 시간과 습도, 그늘, 정적을 함께 보여주는 요소처럼 느껴지는데, 요시키엔의 이끼 정원 역시 그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차꽃 정원은 다도에서 사용되는 꽃과 식물을 중심으로 꾸며진 공간이라고 한다. 화려한 꽃밭이라기보다는 일본 다실과 어울리는 소박한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그래서 강렬한 색감이나 화려한 장면을 기대하고 방문하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원 전체의 흐름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연못 정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끼 정원과 차꽃 정원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지만, 다른 일본 정원에서도 볼 수 있는 분위기였기에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다. 다만 정원 안을 천천히 걷는 동안에는 바깥세상과 잠시 분리된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여행 중 계속해서 이동하고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를 생각하다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되었다.


입구처럼 보이지 않았던 요시키엔의 입구
요시키엔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입구였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이곳이 정말 입구가 맞는지 조금 헷갈렸다. 일반적인 관광지처럼 커다란 간판이나 뚜렷한 매표소가 있는 구조가 아니라, 오래된 일본 가옥의 대문처럼 보이는 입구였기 때문이다. 문이 열려 있는 것인지 닫혀 있는 것인지도 처음에는 분명하게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안쪽으로 길이 이어졌고, 그제야 정원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망설일 수 있을 것 같은 입구였다. 오히려 이런 점이 요시키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기도 했다. 관광객을 강하게 끌어들이는 장소라기보다는, 알고 찾아온 사람만 조용히 들어가 둘러보는 정원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원 안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이스이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기도 하고, 무료 정원임에도 의외로 조용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덕분에 혼자 천천히 걸으며 정원을 둘러보기에는 상당히 좋은 환경이었다. 나라공원에서 사슴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분위기를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요시키엔은 꽤 좋은 쉼표가 되어주는 장소였다.




나라공원 안에서 만나는 조용한 쉼표
요시키엔은 도다이지나 고후쿠지처럼 강렬한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장소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라공원 일대를 걸어다니다가 잠시 조용히 쉬어가고 싶을 때 상당히 괜찮은 장소였다. 특히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연못 정원과 이끼 정원, 차꽃 정원이라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정원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있었다.
물론 나라 여행 일정이 아주 촘촘하다면 우선순위가 높은 장소는 아닐 수도 있다. 도다이지, 고후쿠지, 가스가타이샤처럼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유롭게 나라를 걸어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스이엔이 문을 닫았거나 유료 입장이 부담스럽다면, 바로 옆의 요시키엔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지만, 정원 자체의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라공원 안에서 잠시 바깥의 소음과 분리되어 일본 정원의 차분한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었던 장소였다.
📌 나라공원, 요시키엔(吉城園)
- 📍 주소 : 60-1 Noboriojicho, Nara, 630-8213, Japan
- 📞 전화번호 : +81-742-22-5911
- 🌐 홈페이지 : https://www.pref.nara.jp/39910.htm
- 🕒 운영시간 : 09:00 –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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