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도톤보리에서 오코노미야끼로 저녁식사를 마친 뒤, 바로 호텔로 돌아가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배도 부른 상태였고, 난바의 밤거리도 아직 활기가 가득했기에 소화도 시킬 겸 도톤보리 일대를 한 바퀴 걸어보기로 했다. 도톤보리 특유의 화려한 간판과 네온사인, 음식점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그리고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섞인 거리 분위기는 여전히 오사카다운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밤 산책을 하던 중,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도로 쪽에서 스피커 소리를 크게 틀고 지나가는 차량이 보였는데, 처음에는 단순한 홍보 차량인가 싶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차량에는 욱일승천기가 붙어 있었고, 일본어로 무언가를 크게 외치며 지나가고 있었다. 일본어 내용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만 보아도 극우단체 차량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난바 거리에서 처음 본 극우단체 시위
일본을 여러 번 여행했지만, 이렇게 극우단체의 시위를 실제로 눈앞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뉴스나 인터넷 영상으로는 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 여행 중에 마주하게 되니 느낌이 조금 달랐다. 영상으로 볼 때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장면처럼 느껴졌지만, 난바 한복판에서 실제로 보니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직접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걸어가보니 차량뿐만 아니라, 사거리 근처에서 직접 깃발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규모가 큰 시위는 아니었다. 한두 명 정도가 욱일승천기와 일장기를 들고 서 있었고, 확성기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외치고 있는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는 분위기였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욱일기를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 자체가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도톤보리의 화려함과 묘하게 대비되던 장면
이 장면이 더 인상적으로 남았던 이유는 장소가 난바와 도톤보리 일대였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는 화려한 간판과 관광객들로 가득한 오사카의 대표 번화가가 펼쳐져 있었고, 사람들은 쇼핑을 하거나 사진을 찍고,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한쪽 도로에서는 욱일기를 단 차량이 지나가고, 극우 성향의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관광지의 밝고 화려한 분위기와 그런 정치적 장면이 한 공간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 묘하게 낯설게 느껴졌다. 오사카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정말 많이 찾는 도시이고, 난바와 도톤보리는 거의 필수 여행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그런 장소에서 이런 풍경을 보게 되니, 일본이 우리에게 가까운 나라처럼 느껴지면서도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복잡한 감정을 남기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케시마의 날과 일본 우익단체
이런 장면을 보니 자연스럽게 “다케시마의 날” 같은 일본 우익단체 관련 이슈도 떠올랐다. 다케시마의 날은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2005년에 제정한 날로 알려져 있다. 매년 2월 22일이 되면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관련 행사가 열리고, 오사카 영사관 앞에서도 집회가 열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이날 난바에서 본 시위가 다케시마의 날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욱일승천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나, 차량에 스피커를 달고 도심을 돌아다니며 주장을 외치는 방식은 우리가 뉴스에서 보던 일본 우익단체의 전형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규모는 작았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그 존재감은 꽤 강하게 느껴졌다.
여행 중 마주한 일본의 또 다른 얼굴
여행은 보통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 즐거운 기억을 중심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도 여행의 일부로 남는다. 도톤보리의 화려한 밤거리와 오사카 특유의 활기 속에서, 일본 사회의 또 다른 얼굴을 잠깐 마주한 느낌이었다.
기분 좋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할 수만도 없는 풍경이었다. 일본은 우리와 가깝고 여행하기 편한 나라지만, 동시에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여러 감정이 얽혀 있는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조금은 복잡한 기분을 안은 채, 난바의 밤거리를 따라 다시 호텔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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