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그리고 이미 시작된 열기
나루토 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 우주 홀까지는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조금만 걸어 들어가니 행사장이 보였고, 도착했을 때는 입장 시간이 아직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히 지역 행사 수준이 아니라,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 분위기였다.
이번 행사는 사전 등록자만 입장이 가능한 구조였는데, 이동 중 미리 웹사이트를 통해 등록을 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여행 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던 만큼, 이 순간만큼은 이동 과정에서의 긴장감이 완전히 풀리면서 동시에 다른 종류의 긴장감, 즉 공연을 앞둔 기대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줄을 서 있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일본 팬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보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 누가 봐도 특정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온 팬들의 분위기였다. 이 분위기 속에 섞여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졌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긴장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쌓여갔다.

예상치 못한 1열, 그리고 가까워진 거리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원래는 4열 정도에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동 과정에서 시간이 조금 지체되기도 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먼저 와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가장 먼저 도착해 있던 일본 팬 한 명이, 미리 자리를 잡아두었다며 1열에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그 덕분에 공연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하게 되었고, 이 순간부터 공연의 밀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히 ‘보는 공연’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움직임과 표정, 호흡까지 그대로 전달되는 거리였다.
이런 경험은 계획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우연히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2:10, 시스(SIS/T)가 만든 시작의 에너지
공연은 오후 2시 10분부터 시작되었고, 첫 무대를 맡은 것은 카노우 미유가 소속된 그룹 SIS/T였다.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공연장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었다. 단순히 음악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가 공연에 맞춰 재정렬되는 느낌이었다. 관객들의 시선이 동시에 무대로 쏠리고, 그 순간부터 이곳은 행사장이 아니라 하나의 공연장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이날 시스(SIS/T)는 「う、ふ、う、ふ」를 시작으로 무대를 열었고, 이어서 「愛のバッテリー」, 「DING DONG ください」, 「I can’t stop the loneliness」, 「엄지척」, 그리고 「青い珊瑚礁(푸른 산호초)」까지 이어지는 구성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단순히 곡을 나열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초반에는 비교적 가볍고 밝은 분위기로 시작해서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고, 이후 점점 템포를 끌어올리면서 몰입도를 높인 뒤, 중간에 분위기를 한 번 전환하고 다시 끌어올리는 구조였다. 공연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한 느낌이었고, 짧은 시간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명확하게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본에서 진행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곡을 한국어 버전으로 소화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한두 마디 넣는 수준이 아니라, 전체적인 전달을 염두에 두고 준비된 무대라는 느낌이 강했다. 발음이나 리듬감에서도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그 덕분에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훨씬 더 직접적으로 감정이 전달되는 경험이었다. 단순히 “외국에서 한국어를 쓴다”는 의미를 넘어서, 무대 자체의 밀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시스(SIS/T)의 무대는 공연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에 가까웠다. 초반부터 에너지를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관객의 집중도를 단번에 잡아당기는 구조였고, 그 중심에 카노우 미유가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게 되니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른다는 차원을 넘어서, 무대 위에서 어떻게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지가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다. 시선이 향하는 방향, 표정이 바뀌는 타이밍, 손의 움직임이나 제스처 하나하나가 모두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디테일이 쌓이면서 무대 전체의 완성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특히 시선 처리와 제스처 같은 부분은 영상으로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밀도로 전달되었다. 화면에서는 전체 구도 위주로 보이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요소들이,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온다.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그 차이는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데, 이 날은 1열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든 디테일이 거의 그대로 전달되었다. 단순히 공연을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직접 읽어내는 경험에 가까웠고, 그래서 이 파트가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무게를 더하는 존재, 마츠자키 시게루
시스(SIS/T)가 공연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마츠자키 시게루는 그 위에 확실한 무게를 더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전반부가 에너지와 텐션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과정이었다면, 후반부는 그 에너지를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정리해주는 구간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의 등장은 단순히 다음 순서의 아티스트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연의 결이 바뀌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공연 후반부에 등장한 그는 첫 곡부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루팡 3세의 테마’를 시작으로 ‘愛のメモリー(아이노 메모리)’, ‘MY LOVE’, ‘Yumeni Kakuremasho’, 그리고 ‘ハッツアンリミテッド’까지 이어지는 구성은 단순히 곡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점점 감정의 깊이를 쌓아가는 흐름이었다. 초반에는 비교적 익숙하고 대중적인 곡으로 관객의 집중을 다시 끌어모으고, 이후에는 점점 더 본인의 색이 짙은 곡들로 이어지면서 무대 전체를 자신의 페이스로 가져가는 구조였다.
특히 ‘愛のメモリー’ 같은 곡에서는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른다는 차원을 넘어서, 곡 자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되었다. 한 음, 한 음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끌어가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보컬이었다. 이런 스타일은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무대를 통해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도 확실히 달랐다. 기술적인 완성도나 성량의 문제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중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과하지 않았고, 불필요한 동작 없이도 무대를 충분히 채우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절제된 움직임이 더 큰 집중도를 만들어냈고, 관객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관객과의 거리감을 조절하는 방식이었다. 시스(SIS/T)가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밀어붙이면서 관객을 끌어당기는 스타일이었다면, 마츠자키 시게루는 반대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 채 관객이 그 흐름 안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공연을 보는 느낌이 아니라, 어느 순간 그 흐름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차이가 아니라, 무대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걸 야구로 비유하면 확실하게 정리된다. 시스(SIS/T)가 경기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선발 투수라면, 마츠자키 시게루는 그 경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클로저에 가깝다. 선발이 초반 분위기를 만들고 흐름을 가져왔다면, 클로저는 그 흐름을 무너지지 않게 끝까지 유지하면서 결과를 확정짓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이 공연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덕분에 전체 무대가 하나의 완성된 경기처럼 느껴졌다.
결국 이 두 파트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마츠자키 시게루는 ‘마무리’라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남은 아쉬움과 선택
공연이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특히 팬 입장에서는, 아티스트에게 직접 선물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그런 기회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행사 관계자로 보이는 직원에게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 혹시 전달이 가능하다면, 이 선물을 전해줄 수 있는지.
이 선택이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전달이 잘 된 것 같았고, 그걸 확인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이 일정이 완전히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록할 수 없었기에 더 강하게 남은 시간
이번 공연은 사진과 영상 촬영이 모두 금지되어 있었다. 그래서 눈으로 본 장면을 그대로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시간을 더 강하게 기억에 남게 만들었다.
카메라를 들지 않고, 온전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그 공간 안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요즘처럼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시대에서는 오히려 이런 경험이 더 드물다.
이 공연 하나로 충분했던 이유
결과적으로 이 공연은, 이번 도쿠시마 여행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핵심적인 순간이었다. 단순히 “좋은 공연이었다”는 수준이 아니라, 이 일정 하나만을 위해 이곳까지 왔다고 해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이었다.
이동 과정에서의 변수, 기다림, 긴장감,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한 무대까지 모든 흐름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처럼 남게 되었다. 그래서 이 순간만큼은, 어떤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
📌 우주 홀 (ウズホール / Uzuhall)
- 📍 주소 : 〒772-0011 Tokushima, Naruto, Muyacho Okuwajima, Suberiiwahama−48
- 🌐 홈페이지 : https://uzupark.com/uzuhall/
- 🕒 운영시간 : 행사 일정에 따라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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