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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시마 여행 — 밤에 오른 도쿠시마 성터(徳島城跡)

그렇게 올라간 정상에서 마주한 풍경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넓은 평지에 가로등이 몇 개 서 있는 정도였고,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구조물이나 전망 포인트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야경을 기대했지만,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시야가 거의 열리지 않는 구조였다.

재정비 이후, 다시 밖으로 나간 이유

숙소에 잠시 들러서 짐을 정리하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하루가 완전히 끝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장소를 멀리 찾아가기에는 애매한 시간.

그래서 자연스럽게 선택한 곳이 도쿠시마 성터였다. 지도상으로는 도쿠시마역에서 크게 멀지 않은 위치였고, “성터”라는 이름에서 오는 묘한 기대감도 있었다. 낮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밤에 올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밤길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성터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예상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조명이 거의 없는 구간이 이어졌고, 바닥도 고르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생각보다 걷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한 산책이라기보다는, 가볍게 등산을 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시간은 밤 8시 정도였는데, 올라가는 동안 단 한 명의 사람도 마주치지 못했다. 이게 오히려 분위기를 더 묘하게 만들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완전히 비어 있는 공간을 혼자 지나가는 느낌. 발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밤길이었다.


정상에서 느껴진 의외의 허무함

그렇게 올라간 정상에서 마주한 풍경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넓은 평지에 가로등이 몇 개 서 있는 정도였고,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구조물이나 전망 포인트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야경을 기대했지만,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시야가 거의 열리지 않는 구조였다.

그래서인지 이곳이 왜 밤에는 사람이 없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딱히 볼 것이 없다는 의미에서의 허무함이라기보다는, “이 시간에 굳이 올라올 필요는 없는 곳”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드는 순간이었다.


내려오면서 보이기 시작한 것들

결국 정상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내려오는 길에서 주변을 조금 더 여유 있게 볼 수 있었는데, 낮이었다면 더 잘 보였을 요소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은 연못 같은 공간도 있었고,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기념물들도 보였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것이 어린이 평화 기념탑이었다.


어린이 평화 기념탑, 생각보다 깊은 의미

겉으로 보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탑이지만, 이곳에는 꽤 의미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탑은 전쟁 이후,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워진 상징물인데, 특히 인상적인 점은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일본 전역의 초·중학생들뿐만 아니라, 미국 아이들까지 참여해서 돌과 화석을 보내왔고, 그 재료들이 탑에 실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건립 비용 역시 아이들의 성금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밤이라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지만, 이런 배경을 알고 나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 다른 감정이 남는다.


도쿠시마의 시작을 만든 인물, 하치스카 이에마사

조금 더 이동하다 보니, 도쿠시마 성을 축조한 하치스카 이에마사 공의 동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인물은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이 지역을 하사받아 도쿠시마의 기반을 만든 인물이다. 1586년에 도쿠시마성을 세우고 이곳을 중심으로 지역을 발전시켰으며, 특히 쪽(인디고)과 소금 산업을 육성하면서 이 지역을 경제적으로 성장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 도쿠시마를 대표하는 아와오도리 역시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동상은 전쟁 이후 다시 세워진 것으로, 과거의 동상이 사라진 뒤 복원된 형태라고 한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이 도시의 시작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증기기관차

한쪽에는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도 있었다.

68692호 기관차로, 약 46년 동안 실제로 운행되었던 차량이라고 한다. 총 주행거리가 300만 km를 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를 상징하는 물건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밤이라는 시간대 때문에, 검은색 기체가 어둠 속에 거의 묻혀 있어서 자세히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낮이었다면 훨씬 더 인상적으로 보였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교에서 내려다본 도쿠시마역

성터 남쪽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도쿠시마역이 보인다.

이 역은 구조상 외부에서도 내부가 어느 정도 보이는 형태라서, 야간에도 열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전철의 불빛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보였고, 그 장면이 이 공간의 분위기를 조금 다르게 만들어준다.

완전히 정적인 공간 속에서, 멀리서 움직이는 빛만 살아 있는 느낌.


기대와는 달랐지만, 남는 시간

결과적으로 보면, 이 밤 산책은 기대했던 만큼의 ‘볼거리’를 주는 장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낮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조용함과, 사람 없는 공간에서의 흐름,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역사적인 요소들을 천천히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조금 허무하게 끝난 일정이었지만, 그 허무함 자체도 여행의 일부로 남는다.


📌 도쿠시마 성터 (徳島城跡)

  • 📍 주소 : 일본 도쿠시마현 도쿠시마시 도쿠시마초 조나이
  • 📞 전화번호 : +81-88-621-5295
  • 🌐 홈페이지 : https://www.city.tokushima.tokushima.jp
  • 🕒 운영시간 : 상시 개방 (야간 조명 제한 구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