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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지구 바로 옆의 골목 시청역 일대는 낮에는 전형적인 업무지구다. 관공서와 회사 건물이 밀집해 있고, 점심시간에는 한 방향으로 사람이 몰린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퇴근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 사람의 이동 방향이 바뀐다. 역으로 바로 들어가는 흐름도 있지만, 북창동 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큰 대로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면 갑자기 간판의 밀도가 높아진다. 건물 높이는 크게 변하지 않는데, 거리의 체감 ...

일본에서만 보던 이름 애니메이트라는 이름은 원래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익숙한 브랜드였다. 일본 여행을 가면 아키하바라나 이케부쿠로 같은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매장, 애니메이션과 만화 관련 굿즈가 층별로 가득 쌓여 있던 공간. 한때는 “일본에 가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한국에 매장이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단순히 캐릭터 상품 매장이 하나 생겼다는 느낌이 아니라, 문화가 ...

역 앞 대형 상업시설의 변화 홍대입구역 AK플라자는 원래 전형적인 쇼핑몰 구조에 가까운 공간이다. 패션 매장, 식당, 카페가 층별로 들어선 복합 상업시설. 그런데 몇 년 사이 특정 층에 들어선 매장들이 분위기를 조금 바꿔 놓았다.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취향을 구경하러 오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메가 캠퍼스가 있던 층 역시 그런 흐름 안에 있었다. 정확히 층수를 확인하려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대략 ...

조용한 주택가에서 시작되는 밤 연남동 쪽에서 걸음을 시작하면 처음의 분위기는 거의 주택가에 가깝다. 가로등 불빛이 강하지 않고, 상점의 간판도 드물다. 사람은 있지만 많지 않고, 대부분이 빠르게 지나가지 않는다. 산책하는 속도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늦가을이라 길 위에는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발걸음이 스칠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특별한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 소리만으로 계절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여름의 밤과 겨울의 ...

힙지로라는 이름이 생긴 이유 을지로는 원래 카페를 찾아오는 동네가 아니었다. 인쇄소와 철물점, 공구 상가가 이어진 전형적인 작업 지역에 가까웠다. 낮에는 기계 소리와 배송 차량이 오가고, 밤이 되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는 곳. 그런데 몇 년 사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지금은 ‘힙지로’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개성 있는 카페와 바가 골목 사이에 들어섰다. 새 건물이 들어선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

퇴근 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 회사에서 멀지 않은 위치라 퇴근 후 바로 이동했다. 을지로는 퇴근 시간이 되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낮에는 사무실과 공장, 인쇄소가 중심이지만 저녁이 되면 식당과 술집의 불빛이 켜지고 사람들의 걸음이 느슨해진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지인과 함께 방문했다. 굳이 약속을 잡았다기보다 “오늘 저녁 먹고 갈까?” 정도의 흐름에서 이어진 방문이었다. 이런 식당은 일부러 먼 거리에서 찾아가기보다 생활 반경 안에 ...

시험을 보러 왔던 날의 공기 연세대학교에 처음 왔던 이유는 여행이 아니라 시험이었다. 편입시험을 치르기 위해 방문했었고, 영문학과에 지원했었다. 당시에는 캠퍼스를 둘러볼 여유가 거의 없었다. 시험장 위치를 확인하고, 긴장한 채로 교실에 들어가고, 시험이 끝난 뒤 곧장 돌아갔던 하루였다. 결과는 반쯤 성공이었다. 1차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마지막 단계였던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지 못했던 순간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었다. ...

일상의 높이에서 보는 서울 연희동은 관광지가 아니다. 유명한 랜드마크가 있는 곳도 아니고, 밤이 되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도 아니다. 낮에는 조용한 주택가와 카페, 작은 식당들이 이어지고, 밤에는 불이 하나둘 켜진 채로 하루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는 동네다. 그래서인지 이 육교 역시 목적지가 아니라 동선 위에 존재하는 구조물에 가깝다. 계단을 올라 중간쯤에 서면 시선이 바뀐다. 차들이 달리는 높이보다 조금 위, 그렇다고 건물 ...

시장의 현재와 건물의 과거 사이 김명자 굴국밥에서 식사를 마치고 남대문 시장 골목을 따라 걸었다. 남대문은 언제나 같은 리듬을 유지하는 장소다. 관광객, 상인, 포장마차, 택배 박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발걸음. 서울에서도 가장 오래된 상업지역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현재가 강하게 작동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시장의 흐름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상점 간판들이 이어지던 거리 사이로 붉은 벽돌 건물 하나가 등장한다. ...

서울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경험이 아니다. 기온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리듬 자체가 달라진다. 해가 빨리 지고, 퇴근 시간이 되면 거리의 공기가 눈에 띄게 차가워진다. 낮에는 분주하게 움직이던 도시도 밤이 되면 급격히 식어가고, 자연스럽게 실내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특정한 음식이 먼저 떠오른다. 따뜻한 국물, 김이 오르는 그릇, 그리고 몸 안으로 열기가 퍼지는 감각. 한국에서 겨울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