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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면 거의 반드시 등장한다 일본에서 누군가를 처음 소개받으면 대화가 길지 않아도 이 말은 빠지지 않는다. 이름을 말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붙는다.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 보통은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이해한다. 틀린 번역은 아니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다. 아직 아무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부탁을 하고 있다. 부탁할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말은 부탁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

처음에는 ‘죄송합니다’로 이해한다 일본에 가면 가장 먼저 귀에 익는 단어 중 하나가 すみません(스미마센)이다. 길을 물어볼 때도 들리고, 식당에서 직원을 부를 때도 들리고, 계산대 앞에서도 계속 들린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죄송합니다”라고 이해한다. 사과 표현으로 배우니까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가장 편하다. 그런데 하루 정도만 지나면 번역이 맞지 않게 느껴진다. 아무도 실수하지 않았는데도 계속 등장하고, 오히려 평범한 상황에서 더 자주 나온다. 사과라면 이유가 있어야 ...

일본에서 밥을 먹는 장면을 보면 항상 아주 짧은 정지 구간이 있다. 바로 먹지 않는다. 젓가락을 들기 전에 잠깐 멈춘다. 그리고 말한다. いただきます(이타다키마스). 처음에는 그냥 “잘 먹겠습니다”라고 이해한다. 식사 전에 하는 말이니까 그렇게 번역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을 몇 번 더 듣다 보면 번역이 점점 맞지 않게 느껴진다. 식당에서만 쓰는 것도 아니고, 누가 차려준 밥이 아닐 때도 말하고, 심지어 ...

팬미팅 장소를 미리 찾아가보다 시부야에 도착한 뒤에는 근처에 있는 마네키네코 노래방을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며칠 뒤인 3월 7일 토요일, 카노우 미유의 팬미팅이 바로 이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사가 열리는 장소를 미리 확인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겸사겸사 방문하게 됐다. 마네키네코 노래방은 시부야 센터가이 근처에 있는 건물 안에 위치해 있었는데, 유니클로가 입점해 있는 건물의 4층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만 건물 ...

일본어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일본에 가서 하루만 지나도 귀에 익는 말이 하나 있다. 가게 직원도 말하고, 회사에서도 말하고, 친구끼리도 말한다. 일을 끝낼 때도 쓰고, 일을 시작할 때도 쓰고, 메시지를 보낼 때도 쓴다. 보통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운다. 틀린 번역은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보면 이상해진다. 아직 아무 일도 안 했는데도 쓰고, 처음 만났는데도 쓰고, 카톡 첫 문장으로도 나온다. 그러면 ‘수고’라는 의미로는 ...

처음에는 그냥 절약 표현처럼 들린다 일본어를 배우면 비교적 초반에 접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もったいない(못타이나이). 보통은 “아깝다”라고 외운다. 틀린 번역은 아니다. 음식을 남기면 말하고, 멀쩡한 물건을 버리면 말하고, 아직 쓸 수 있는 걸 버릴 때 쓰는 말이니까 일단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진다. 물건이 아니라 시간에도 쓰고, 기회에도 쓰고, 심지어 누군가의 행동에도 쓴다. 단순히 경제적인 손해를 말하는 느낌이 아니다. ...

— 이해했을 때 나오는 말은 감탄이 아니라 납득이다 번역하면 맞는데, 실제로는 조금 다르다 일본어를 듣다 보면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가 “나루호도(なるほど)”다. 드라마에서도 나오고, 대화에서도 계속 들린다. 그래서 보통 “아 그렇구나” 정도로 외운다. 틀린 번역은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면 조금 어색해지는 순간이 생긴다. 누군가 힘든 이야기를 했을 때 “나루호도”라고 하면 위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설명을 들을 때는 아주 자연스럽다. ...

단어보다 먼저 장면이 기억된다 일본 드라마나 예능을 보다 보면 식당에 앉자마자 거의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메뉴판을 펼치기도 전에 누군가 먼저 말한다. 처음 들으면 뜻을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직역하면 “우선 생으로” 정도인데, 실제 의미는 훨씬 단순하다. “일단 생맥주 주세요.”라는 말이다. 재밌는 건, 이 표현은 맥주를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다. 아직 메뉴를 고르지 않았다는 말에 가깝다. 음식은 나중에 정해도 되지만, 자리에 앉았으면 ...

— 가장 평화로운 장소가 가장 긴장된 이름을 갖게 된 이유 풍경과 이름이 전혀 맞지 않는 장소 도쿄에서 바다를 본다는 느낌을 가장 쉽게 얻는 곳이 오다이바(お台場・おだいば)다. 레인보우 브리지가 보이고, 산책로가 이어지고, 밤이 되면 건물 불빛과 관람차 조명이 동시에 켜지면서 도시의 속도가 한 번 느려지는 구간이 생긴다. 여행 일정에 넣으면 보통 걷는 시간이 길어지고,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채워지는 동네다. 그래서 ...

— 부쿠로(袋・ふくろ) 하나로 지명이 기억되는 순간 단어 하나 때문에 지명이 남는다 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반대 현상이 생긴다.처음에는 지명을 외우려고 단어를 찾았는데, 나중에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 지명이 이해된다. 이케부쿠로(池袋・いけぶくろ)가 딱 그런 경우다. 도쿄에 몇 번 가본 사람이라면 꽤 익숙한 번화가 이름인데, 처음엔 그냥 고유명사로 외운다. 시부야(渋谷・しぶや)나 신주쿠(新宿・しんじゅく)처럼 뜻 없이 소리만 기억한다. 그런데 어느 날 袋(ふくろ)라는 단어를 배우면 갑자기 멈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