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식사 이후, 자연스럽게 이어진 산책 도쿠시마에서 첫 식사를 마친 뒤,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보다는 주변을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식사도 했고, 소화도 시킬 겸 동네 분위기도 볼 겸 자연스럽게 산책을 선택하게 됐다.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여유 있게 걷는 시간이라 그런지, 특별히 목적지를 정해두기보다는 발길이 닿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쪽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다만 날씨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흐린 하늘에 바람까지 강하게 ...
조용한 주택가에서 시작되는 밤 연남동 쪽에서 걸음을 시작하면 처음의 분위기는 거의 주택가에 가깝다. 가로등 불빛이 강하지 않고, 상점의 간판도 드물다. 사람은 있지만 많지 않고, 대부분이 빠르게 지나가지 않는다. 산책하는 속도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늦가을이라 길 위에는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발걸음이 스칠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특별한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 소리만으로 계절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여름의 밤과 겨울의 ...
시험을 보러 왔던 날의 공기 연세대학교에 처음 왔던 이유는 여행이 아니라 시험이었다. 편입시험을 치르기 위해 방문했었고, 영문학과에 지원했었다. 당시에는 캠퍼스를 둘러볼 여유가 거의 없었다. 시험장 위치를 확인하고, 긴장한 채로 교실에 들어가고, 시험이 끝난 뒤 곧장 돌아갔던 하루였다. 결과는 반쯤 성공이었다. 1차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마지막 단계였던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지 못했던 순간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었다. ...
이치란 라멘에서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오늘 일정의 마지막 갈림길이 찾아왔다. 여기까지 함께 움직였던 지인 한 명과는 이 자리에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항공편이 서로 달랐고, 그 때문에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여기까지였다. 여행을 하다 보면 늘 이런 순간이 생긴다.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은 풍경을 보다가도 어느 순간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치란 라멘 ...
이번 여행의 셋째 날 아침은 유난히 상쾌하게 시작되었다. 전날 저녁에 내렸던 비가 말끔히 그친 뒤라 공기가 한결 가벼웠고, 햇살도 과하지 않게 내려앉아 있었다. 습기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아직 여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른 시기였기에 걷기에 불쾌하지 않은 정도였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뜨고 나니 굳이 멀리 이동하지 않더라도 어디든 가볍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숙소에서 도보로 갈 ...
긴시초 타워레코드에 다녀온 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인 아키하바라로 이동했다. 긴시초에서 아키하바라까지는 지하철을 한 번만 타면 되는 거리였고, 정거장 수도 고작 세 개뿐이어서 이동 자체에 부담은 없었다. 노란색 주오·소부선을 타고 잠깐 이동하니, 금세 익숙한 이름의 역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키하바라는 여전히 ‘도쿄’라는 도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특히 애니메이션, 게임, 피규어, 서브컬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반드시 거쳐 ...
축구 경기에서 골 이후의 세리머니는 종종 골 장면만큼이나 오래 기억된다. 어떤 세리머니는 순간의 감정으로 소비되지만, 어떤 장면은 시간이 지나도 반복해서 소환된다.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는 후자에 속한다. 과장된 몸짓도, 관중을 선동하는 제스처도 없었지만, 그 조용한 걸음은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0년을 앞둔 시점에서 등장한 이 장면은 단순한 골 뒤풀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맥락을 품고 있었고, 상대와 상황, 그리고 그 자리를 둘러싼 공기를 ...
홍콩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한 명소보다 우연히 마주친 장소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지도에 표시된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길을 걷다가 예상하지 못한 건물을 발견하고 잠시 들어가 보는 경험 역시 여행의 큰 재미 가운데 하나다. 홍콩 센트럴에서 만난 홍콩 비주얼 아트 센터(Hong Kong Visual Arts Centre)가 바로 그런 장소였다. 일부러 찾아간 곳은 아니었지만, 센트럴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
“하라주쿠와 시부야 사이, 자연스럽게 걷게 되는 거리” 도쿄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두 곳, 하라주쿠와 시부야 사이에서는 “캣 스트리트(Cat Street)”라고 불리는 거리를 찾을 수 있다. 하라주쿠와 시부야 모두 젊은 층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지만, 두 곳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하라주쿠가 보다 개성적인 패션과 소규모 상점의 밀도가 느껴지는 공간이라면, 시부야는 훨씬 더 큰 규모의 번화가에 가깝다. 캣 스트리트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거리라고 할 ...
“미타카 대신 기치조지를 선택한 이유” 지브리 미술관으로 가장 가까운 역은 미타카역으로 알려져 있다. 역에서 버스를 타거나 도보로 이동하는 방법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정에서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한 정거장 앞인 기치조지역(吉祥寺駅) 에서 내려 공원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조금 더 빨리 내려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단순히 목적지만 향하기보다 동네 자체의 분위기를 함께 느껴보고 싶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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