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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를 끌며 시작된 마지막 이동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이제는 도쿠시마역 방향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여행이 끝나가는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캐리어를 끌면서 천천히 길을 따라 올라갔고, 굳이 서두르지 않고 이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마지막 날은 이동에 집중하게 되기 마련인데, 이 날은 이상하게도 이동 자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졌다. ...

사진을 찍기 시작하게 만든 카메라 카메라를 오래 써본 사람일수록 장비를 고르는 기준이 조금씩 바뀐다. 처음에는 화소나 성능표를 보고 고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카메라를 내가 얼마나 자주 들고 나가게 될까. 사진이라는 것이 결국 촬영 기회의 총합이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 질문의 답이 되었던 카메라가 리코 GR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GR1 계열이 이어온 철학을 디지털로 옮겨온 GR이다. ...

‘포토앨범’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본체 카노우 미유(かのうみゆ)의 1st Photo Album 「あきらめないで(포기하지 마)」는 단순한 사진집으로 보기 어렵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2025년 11월 6일, 도쿄 clubasia에서 열린 LIVE 『1999(1999 라이브 공연)』가 있다. 포토앨범은 그날의 무대를 ‘Special Live Photo Book(스페셜 라이브 포토북)’으로 묶어내고, 동시에 オリジナル楽曲 7곡(오리지널 곡 7곡)을 정식으로 수록했다. 즉, 이 앨범은 ‘기념품’이라기보다 하나의 공연을 기록하는 방식이자 창작자 카노우 미유를 확정하는 방식에 ...

이미지 많은 워드프레스 사이트라면 결국 다시 찾게 되는 플러그인 워드프레스로 사이트를 오래 운영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미지가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몇 장 안 되던 사진이 글이 쌓이면서 수백 장이 되고, 어느새 미디어 라이브러리는 손대기 무서운 공간이 된다. 로딩 속도가 느려진 것 같아서 캐시를 만지고, 서버를 의심해 보지만, 정작 문제의 상당 부분은 이미지 자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많은 운영자들이 ...

2월 말의 대학가는 어느 학교를 가더라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진다. 학교 앞 꽃집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꽃다발이 쌓이고, 교문 안쪽으로 들어가면 학사복을 입은 학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풍경이 된다. 졸업식은 행사라기보다 하나의 계절에 가깝다. 신촌도 마찬가지다. 연세대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고 길을 건너면 바로 이화여자대학교가 이어지는데, 두 학교가 같은 날 졸업식 시기를 맞이하다 보니 동네 전체가 하나의 큰 행사장처럼 느껴졌다. 관광지였던 ...

2013년, 처음으로 디지털카메라라는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해준 제품은 바로 리코 GR이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대학을 막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의 문턱에 서 있던 시기였다. 월급은 많지 않았고, 소비 하나하나에 이유가 필요했던 시절이었는데, 그 와중에 카메라에 수십만 원을 쓴다는 결정은 결코 가볍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만큼 고민도 오래 했고, 여러 기종을 비교하며 밤늦게까지 후기와 사진 샘플을 들여다봤던 기억도 아직 또렷하다. 그렇게 어렵게 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