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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다 보면 반드시 한 번은 겪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배터리가 떨어지는 순간이다. 특히 요즘 여행은 예전과 다르다. 예전에는 카메라만 챙기면 됐고, 심하면 필름만 갈아 끼우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휴대폰은 지도이자 티켓이고, 교통카드이고, 번역기이며, 숙소 열쇠이고, 심지어 결제수단까지 된다. 여기에 카메라까지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 배터리 문제는 그냥 ‘불편’이 아니라 여행 자체를 멈춰버리는 변수가 된다. 그래서 결국 하나 장만하게 된 ...

이번 여행의 시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항으로 향하는 방법은 늘 그렇듯 공항철도였다. 익숙한 노선, 익숙한 풍경. 다만 한 가지 달랐던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새벽도 아니고 이른 아침도 아닌, 오후 출국 일정이었다는 것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늘 이른 시간의 분주함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오후에 느즈막이 출국하는 일정은 생각보다 훨씬 여유롭고 안정적인 리듬을 만들어준다.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출발 전의 피로가 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