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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카메라를 새로 살 생각이 없었다. 리코 GR을 오래 썼고, 이후에는 소니 RX100M4까지 거치면서 이미 “사진은 장비보다 습관”이라는 결론에 거의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더 결정적이었던 건 아이폰 14 Pro였다. RAW 촬영이 가능해지고, 처리 알고리즘이 좋아지면서 일상 기록이라는 목적만 놓고 보면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상당 부분 대체해버렸다. 실제로 여행을 가도 굳이 카메라를 들지 않아도 결과물에 큰 불만이 없었다. 예전 같으면 카메라 가방을 ...

사진을 찍기 시작하게 만든 카메라 카메라를 오래 써본 사람일수록 장비를 고르는 기준이 조금씩 바뀐다. 처음에는 화소나 성능표를 보고 고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카메라를 내가 얼마나 자주 들고 나가게 될까. 사진이라는 것이 결국 촬영 기회의 총합이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 질문의 답이 되었던 카메라가 리코 GR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GR1 계열이 이어온 철학을 디지털로 옮겨온 GR이다. ...

버스를 타고 시부야에 도착한 뒤 골목 안쪽으로 몇 분 정도 걸어 들어가자, 번잡한 대로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공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여전히 많았지만 소음은 줄어들었고, 상점들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찾는 공간에 가까워 보였다. 그런 거리 한편, 간판이 크지 않아 자칫 지나칠 수도 있는 건물 1층에 오늘의 목적지인 ‘GR SPACE TOKYO’가 자리하고 있었다. 대형 카메라 매장처럼 눈에 띄게 화려하지도 않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