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도 됐지만, 이상하게 그냥 헤어지기엔 조금 아쉬운 날이 있다. 배는 충분히 부르고 대화를 더 이어갈 이유도 딱히 없는데, 그래도 바로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기엔 밤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커피 한 잔만 하고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들어간 곳이 명동성당 맞은편에 있는 카페, 파인즈(Pines)였다. 명동 한복판이지만 골목 안쪽의 번잡함과는 조금 다른 공기를 가진 위치다. 성당을 ...
한적한 로컬의 얼굴, 코지야(糀谷) 도쿄 여행을 하면서 코지야(糀谷)라는 지명을 일부러 찾아 들어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그랬다. 지금까지 여러 번 도쿄를 오갔지만, 이 이름을 여행지로 인식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코지야를 알게 된 이유도 순전히 숙소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지를 정하고 찾아온 장소라기보다, 우연히 발을 들였고 그 우연이 그대로 기억으로 남아버린, 그런 동네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곳은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자가 ...
사실상 오늘 일정의 중심은 에노시마 섬이었다. 에노시마는 지도상으로만 봐도 섬 전체가 제법 커 보였고, 단순히 한두 군데를 찍고 나오는 관광지가 아니라는 인상이 강했다. 신사와 전망대, 동굴과 해안 산책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생각해보면,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이상은 충분히 머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체력이 남아 있을 때, 그리고 햇빛이 너무 강해지기 전에 섬 안쪽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
오사카를 대표하는 관광지를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소가 바로 “도톤보리”일 것이다. 화려한 간판과 네온사인, 끝없이 이어지는 음식점,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가득한 거리까지. 오사카 여행을 상징하는 이미지 대부분은 사실상 도톤보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밤이 되면 도톤보리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강변을 따라 켜지는 화려한 조명과 대형 간판,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이며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글리코상 간판 ...
교토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사찰과 신사가 교토의 역사라면, 골목은 교토의 생활이다. 그 생활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니시키 시장이다. 오사카에 구로몬 시장이 있다면, 교토에는 니시키 시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위치 역시 교토의 중심부에 가까워, 가와라마치와 기온 사이를 이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들르게 되는 장소다. 교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시조 거리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도 좋다. 관광지 ...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외로 관광지를 찾는 것이 아니다. 어디를 갈지 정하기 전에, 그 도시를 이해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지도만 들고 돌아다니는 여행은 생각보다 비효율적이고, 특히 교토처럼 관광지가 넓게 퍼져 있는 도시에서는 이동만으로도 체력이 크게 소모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에 가면 항상 한 번씩 들르는 장소가 있다. 바로 투어리스트 센터다. 싱가포르 오차드로드에서도, 도쿄 신주쿠에서도 가장 ...
일반적으로 교토를 방문하면 대부분은 교토역으로 바로 들어온다. 신칸센이든 JR이든, 결국 여행의 시작은 이 역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번 일정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교토에 들어왔다. 게이한선을 타고 후시미이나리역으로 먼저 들어왔고, 신사와 주변 마을을 먼저 돌아본 뒤에야 교토역을 찾게 되었다. 말하자면 ‘교토에 도착한 뒤 교토역을 방문한’ 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미 후카쿠사의 조용한 동네와 작은 역들을 먼저 보고 난 뒤에 마주한 교토역은, 단순히 큰 역이라는 ...
오사카 여행을 처음 준비하면 대부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도톤보리다. 글리코 간판, 강 위의 유람선, 밤에도 밝은 거리. 실제로도 처음 가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그런데 며칠 머물다 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현지인들이 더 자주 이야기하는 곳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곳이 바로 우메다다. 도톤보리가 ‘보여주는 오사카’라면, 우메다는 ‘살아가는 오사카’에 가깝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면 관광지는 남쪽이지만, 생활권 중심은 북쪽이라는 느낌이 ...
난바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전철을 타면, 어느 순간부터 풍경이 달라진다. 역 이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거리의 밀도가 먼저 변한다. 번쩍이는 간판이 줄어들고, 대신 오래된 간판이 늘어난다. 관광객이 줄어드는 대신 생활의 속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도착하게 되는 지역이 신세카이다. 이름은 ‘새로운 세계’인데, 실제로는 오히려 가장 오래된 시간에 가까운 곳이다. 도톤보리가 현재의 오사카를 보여준다면, 신세카이는 과거에 오사카가 어떤 도시였는지를 남겨둔 장소에 가깝다. ...
오사카에 처음 도착해서 난바역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특별히 어디를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게 된다. 사람들의 흐름이 한쪽으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지붕이 덮인 긴 상점가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에비스바시스지 상점가다. 도톤보리로 가기 위해 지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지만, 막상 걸어보면 이곳 자체가 이미 여행의 시작점 같은 장소라는 걸 금방 느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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